2010년 2월 22일 월요일

[펌]

좋은 글이라서 우리학교 학생이 퍼온 것을 또 퍼왔습니다. (원 게시글 제목을 몰라서 [펌]이라고만 썼습니다;;)
소리내어 3번 읽으시기 바랍니다.

서울대 경영학과 게시판에서 읽은 글인데 혼자보기 아까운 좋은글이라 올립니다 ^^

글쓴이와 같은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사실 대부분의 후배님들이 글쓴이와 유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냥 넘어가려고 했습니다만, 후배님이 이런 글까지 올리시는 것을 보니, 그래도 뭔 말이라도 좀 해서 후배님들의 고민해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배님들이 쓰신 글이 고민의 핵심을 벗어난 듯 하다고 말했는데, 사실 자기가 아는 만큼만 들리는 법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고개가 끄떡여지는 내용들이 많은데도 후배님들 귀에는 그냥 뜬구름잡는 소리로만 들리는 모양입니다.

그러면 저는 '고객 만족'차원에서 후배님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예를 포함하여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입니다.

저는 경제학부 02학번으로 이번에 졸업을 하며, 모 자산운용사 운용팀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2007년에 4학년이 될때까지 뭐 하나 제대로 세워논 목표가 없었습니다. 그때까지 결정한 것은 '고시는 보지 말아야 겠다.' '금융쪽에서 일하고 싶다.' 뿐이었고, 그냥 금융관련 자격증 몇 개를 취득했을 뿐이었습니다. 물론 토익점수랑 학점은 기본적으로 양호한 수준이 되도록 관리하고 있었죠.

그래서 4학년 1학기때 어떻게 했는지 아십니까? 손에 잡히는 대로 다했습니다. 금융권 공기업을 준비하는 스터디에 참여해서 공부를 시작했고, 인턴공고가 나오는 족족 금융과 관련있는 모든 대기업 재무부서와 증권회사 등에 원서를 다 집어 넣었습니다.

지원을 하는 회사에 대한 정보는 경력개발센터에서 마련한 다양한 취업준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취업설명회를 쫓아 다니면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비슷한 업계에서 일하는 선배를 어떻게든 찾아서 역시 이것저것 물어봤습니다. (이때 동아리 활동이 큰 도움이 되더군요.) 말그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단 말입니다. 그중 가장 효율적인 것은 선배에게 물어보는 것이더군요. 인터넷도 나쁜 방법은 아닙니다만, 인터넷 게시판의 선배들은 업계의 입장에서 말하기 때문에, 그쪽 관련 기본지식이 없으면 글을 읽어도 무슨 소리인지 명확히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사람을 직접 붙잡고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면접 연습은 실전으로 대체했습니다. 자소서 쓰고 면접보고 떨어지고...
그렇게 반복하다 보니 회사의 각 부서가 뭐 하는 곳인지도 알게되고 자소서 쓰는 요령, 면접 요령도 생기고, 내가 어떤 것을 선호하는 사람인지도 보이게 되더군요. 그런 과정에서 저는 공기업이 전혀 맞지 않는 사람이구나 라는 것도 깨달았죠.
참고로 저는 이리저리 인턴을 지원한 결과 저라는 인간을 대기업 재무부서보다는 증권회사쪽에서 더욱 선호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증권회사쪽은 인턴에 거의 다 합격했거든요.

증권회사랑 자산운용사에서 인턴을 2번 했는데, 2번 정도 하면서 업계에 계신분들로부터 이런저런 말씀도 많이 듣고, 제가 일하는 부서뿐만 아니라 옆부서는 뭘 하는지도 살펴보고, 회사에서 살아남는 요령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글쓴이가 회사에서 필요한 능력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하셔서 참고로만 거칠게 말씀드리면 회사내의 줄타기나 정치는 군대생활과 의외로 유사하며, 영업이라는 것은 여러분들이 여자친구의 환심을 사기위해 온갖 짓을 다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뭐.. 난 군대에서도 고문관이었고, 연애도 젬병이라고 하시면 뭐라 드릴말씀이 없습니다.)
사실 그런 요령이라는 것은 말로써 전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직접 인턴등을 통해 체험하면서 배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요령을 다루고 있는 책도 시중에 많이 있으니 교과서만 읽지 마시고 그런 책들도 많이 읽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그 당시에 제가 가장 많이 읽은 책은, 예절에 관한책, 신입사원의 행동요령에 관한 책, 직장에서의 처세술에 관한 책 등이었습니다.

하여튼 그렇게 하고 나니, 저의 적성이 어떤 업종에 맞는지, 제가 그쪽 업계 내에서도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어디인지,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되더군요.

2007년 1학기 때까지만 해도 자소서에 동아리 경력 이외에는 쓸 것 없었는데, 인턴이 끝나고 2학기가 되니 제가 잘할 수 있는 특정분야에 깊게 focus되어 있는 남들과 차별화 된 자소서를 쓸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저를 보시면 알겠지만, 만약 취직을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자기에게 맞는 분야를 파악하고 그 분야를 대상으로 제대로 준비하는데는 6개월이면 충분합니다. (늦더라도 1년 안에 가능합니다. 고시공부에 몇년씩 허비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 것을 생각하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닙니다.)

국내 증권사는 충분히 갈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드니 욕심이 생기더군요. 혹시 IB도 갈 수 있겠구나 하구요. 그리고 인턴을 해보니 영어가 정말 실질적으로 많이 필요하더군요. 영어공부를 하라는 조언도 많이 받았구요. 그래서 작년에 취직을 안하고 어학연수를 다녀왔습니다. 근데 어학연수를 마치고 올가을에 들어오니 IB는 커녕 증권업종 전체가 맛이 갔더군요, 결국 아주 좋은 회사에는 가지 못했고 어찌어찌 평범한 자산운용사에 들어갔습니다. 저에게 맞고 제가 원하는 부서에 가게되어서 저는 만족합니다.


IB나 유수의 컨설팅업체에 들어가지 못한 제가 인생의 실패자인 것 같습니까?



자, 지금부터 왜 여러분들이 풀리지 않는 고민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1. 일단 여러분들이 목표가 없다는 것은 다들 아실 것이고,

2. 너무 미리 성공의 가능성을 재보려고만 합니다.

3. 그러면서 겁은 또 많아서 이것저것 재기만 하고 행동으로 옮기질 못합니다.

4. 마지막으로 너무 이른 나이에 성공하려고 합니다.

젊은 나이에 남들이 우러러 볼만한 성공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재보기만 하니 행동으로 옮길 수가 없습니다.
사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자기가 맞는 곳을 찾아서 취업하는거 일단 행동으로 옮기면 1년이 안걸립니다. 근데 그렇게 안합니다. 왜냐구요? 자기가 원하는 분야에 취업한다는게 남들이 우러러 볼 성공으로는 안 보이거든요. 남들이 우러러 보지 않을 까봐 겁이나고, 남들이 우러러 보는 성공을 하고 싶으니 IB나 일류컨설팅에 집착합니다. 근데 여러분은 그게 성공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그걸 성공이라고 우러러 보는 것은 여러분들 수준의 학부생들 뿐입니다. 여러분이 우러러보던 IB에 취직한 사람들의 상당수가 지금 짤려서 길거리에 나뒹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게 성공으로 보이나요?

사회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거 아니에요? 아무리 서울대 생이어도 여러분은 그저 아무 경험도 능력도 없는 학부생에 지나지 않습니다. 회사나 사회의 입장에서 보기에 여러분을 대체할 만한 사람은 저 지평선 끝까지 늘어서 있을 만큼 많습니다. 여러분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대체가능한 사람들에게 사회가 '성공'이라는 왕관을 씌워 줄가요? 고시합격자들도 여러분의 관점에서 '성공'일 뿐 이 사람들 역시 끝 없는 경쟁을 앞에두고 있습니다. 진짜 '성공'은 아직 멀리 있습니다.

요약하지요.

여러분들은 너무 이른 나이에 성공을 하려는 조급증에 휩싸여 있습니다. 여러분의 진로 고민이라는 것은 실상 '이른나이에 성공할 방법'을 찾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른 나이'에 성공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휩싸여 막상 기회가 보여도 쉽사리 실행을 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욕심은 큰데 겁은 지지리도 많아서 이런 저런 실행을 하다보면 나이를 먹어서 '이른 나이'에는 성공을 못할 것 같거든요. 근데 '여러분들의 눈'에는 '고시 합격'은 그 자체로도 성공으로 보이고, 그래도 여러분들이 공부하나는 잘 한다는 것을 알기때문에 그나마 행동으로 옮겨도 승산이 있다는 믿음에 겁이 덜 나니까, 결국 대다수의 학생들이 고시공부를 하게 됩니다. 어느새 적성이나 흥미따윈 잊어버린 것입니다. 실제로는 겁이나서 적성이라는 것을 찾아볼 용기도 내지 못했으면서.


일단 기회가 보이면 뛰어 드시길 바랍니다. 이리저리 가능성을 재어보는 것은 일단 뛰어들면서 하십시오. 이것 저것 보이는 족족 기회가 나면 해 보십시오. 그러다 보면 새로운게 보이고 더 많이 알게 되고, 자기가 뭘 원하는 지도, 어떤 부분에 자기가 맞는지도 알게 됩니다. 이런 과정이 생각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요구하진 않습니다. 고시랑은 비교도 안될만큼 짧습니다. 그리고 제발 이른 나이에 '성공'하려는 개꿈은 버리십시오.

글쓴이는 임원이 될 확신이 있으면 대기업에 가겠다고 했는데, 회장의 아들이 아닌 이상 대기업 임원이 될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대기업 임원들이 쓴 글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그들은 성공을 확신해서 임원이 된 것이 아니라, 임원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는 가운데, 우연히 이러저러한 기회를 얻게 되었고, 평소에 노력한 덕분에 그 기회들을 놓지지 않아서 마침내 그 자리에 올라가게 된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처음에 젊었을때부터 2008년에 대통령이 될 거라고 확신하고 대통령이 되기위한 30년짜리 장기계획을 세워서 매년마다 빠짐없이 실행에 왔을 것 같습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열심히 일하다가 우연히 정주영 전 회장의 눈에 들었고, 그 결과 사장이 되었고, 이후에도 몇번의 우연한 기회들을 놓치지 않고 잘 살려서 지금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성공했다는 사람들을 살펴보십시오. 그들의 성공비결은 처음부터 '성공'이라는 최종목표까지 꼼꼼히 재었기 때문이 아니라, 평소에 열심히 하다 보니 우연하게 기회가 왔을때마다 그 기회들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 제가 생각하는 성공은 금융회사의 임원이 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금 어떻게 임원이 되야할지를 미리부터 고민해야 할까요? 저라면 그런 고민은 집어 치우고, 일단 지금 합격한 자산운용사에 들어가서 열심히 일하는 것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물론 IB 같은 곳에 다니는 친구들과 저 자신을 '비교'하는 멍청한 짓은 시도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도 글을 쓰다가 흥분해서 그런지 글이 엄청나게 길어지고 말았습니다. 다시 한번 요약하면,


- 어차피 '성공'이라는 것을 여러분이 기대하는 이른 나이에 성취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 하다. 그러니 기회가 보이면 이게 성공일까 아닐까 고민하며 이리저리 재지말고 행동으로 옮겨라.


마지막 요약문만 보니 여러분들이 싫어하는 '뜬구름 잡기'식의 격언이 된 것 같군요.
어쨌든 이상입니다.


출처 : 성대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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