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23일 토요일

[성대사랑 펌] 제가 생각하는 행정고시


안녕하세요 저는 행정고시를 통해 현직 중앙부처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졸업생 입니다. 
여기에서 눈팅을 자주하는 편인데
현직자로써 행정고시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후배님들이 조금 더 많이 행정고시에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져 있습니다.
1. 행정고시 공부는 매몰비용이 크다?
  
   제가 행정고시에 응시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 중 하나는
   행정고시 2차 과목들에 대한 공부는 매몰비용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스펙관리를 통해 들어가고자 하는 
   한국은행, 정책금융공사, 예금보험공사 등 소위 괜찮은 공사들은  
   시험을 쳐야 하고, 그 과목들은 행정고시 경제학 수준 범위 내에 있습니다.
  
   1차 psat 공부에 있어서는 사실 저는 운이 좋아서인지 그 쪽 방면에 맞아서인지
   거의 공부를 하지는 않아서 뭐라 드릴 말씀이 없네요ㅡ.ㅡ
   경제학, 행정법, 행정학, 정치학의 2차공부만 좀 길게 잡아서 3년 정도 한 것 같은데
   3년 정도 열심히 공부하신다면
   학점관리 뿐 아니라 설혹 1차 통과를 못하시더라도 관련 과목에 대한 시험에 있어서
   대부분 합격을 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행정고시 공부는 절대 매몰비용이 아닙니다.
  
   
 2. 중앙부처 5급 사무관의 업무량은 어떻게 되나?
   일선 공무원과는 다르게 중앙부처 공무원은 업무량이 상당합니다.
  
   제 나름대로 중앙정부부처를 경제부처와 사업부처, 지원부처(?)로 나눠보겠습니다.
   경제부처는 기재부(지원부처의 성격도 있지만), 지경부, 공정위, 금융위, 국세청의
   소위 재경직 빅5라고 하는 부처들이고요
   사업부처 중에는 복지부, 고용부, 국토부, 교과부, 농림부, 문광부 등이 대표적이겠네요.
   그 밖에 행안부, 방통위, 통일부, 환경부, 법제처, 보훈처, 권익위 등의 부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업무량으로 따지면 기재부가 가장 압도적이라는 것이 통설이고요.
   그 외 금융위, 지경부, 복지부, 교과부 등 기본적으로 경제부처와 사업부처들은
   업무량이 적지 않습니다.
   초임에서 한 3년차까지의 사무관은
   일주일에 의무적으로 쉬는 날을 빼면 한3~4일 정도 야근하는 것 같습니다.
   야근하면 보통은 11시~1시 사이에 퇴근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국회가 열리면 정말 한달은 거의 야근으로 밤을 지새워야 되지요.^^; 
   대신 또 일이 없는 날은 칼퇴도 자주 합니다.  
   저의 경우에 비추어보면 평소 주말에 출근하는 것은 일이 많아서라기 보다는
   급한 처리현안이라거나 아직 업무파악을 하는 중이거나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한 3년차가 넘어가면 업무조절하는 법도 배우고,
   특히 세종시에 내려가면 국회랑 멀어져서 아마 일이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삶의 질 측면에서 고시 출신 사무관들은 주위에서 볼 땐 정말 왜 저러고 살까 
   라고 보일수도 있는데, 제 생각입니다만 이건 시켜서라기보다는
   어떤 형식으로든 자발적으로 업무를 맡아서 몰입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일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정말 강한 사람들입니다.
   일을 완벽하게 하려는 욕심들이 다들 있는 거죠.
   또한 주위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욕구도 강한 편이고요.
   굳이 주위 눈치 안보고 칼퇴근 하고 싶다면 해도 되는데, 남아서 일 합니다.
   그게 공직에 대한 사명감인지 워커홀릭들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다만 칼퇴근하면 상대적으로 워쿼홀릭 동기들한테
   승진이나 많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괜찮은 자리경쟁에선 밀리게 되겠죠.
 3. 5급 사무관은 어떤 위치인가?
    부처마다 다르겠지만 경제부처나 규모가 큰 사업부처의
    5급 사무관의 권한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무소불위의 권한은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그렇다고 일반 회사원의 권한보다는 훨씬 크다고 생각됩니다. 
  
    5급 사무관을 대기업 직원으로 치면 처음부터 사원이나 대리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과장으로 시작한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국가라는 회사의 기재부, 지경부, 국토부, 복지부 등의
    계열사의 과장으로 입사했다고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네요.
  
    중앙부처 사무관은 기획안을 작성하는 직급이지요.
    이 일을 추진할 건지 말지, 어떤 일을 추진할지는 과장님이 결정하지만,
    그 일의 기안, 즉 구체적인 집행계획은 사무관으로부터 나옵니다.
    사무관을 지나 과장이 되면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되는지는
    다들 잘 아실꺼라 생각합니다. 
    현재 보건복지부의 포괄수가제나 국토해양부의 ktx민영화 사업 등
    국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업의 실무책임자는 과장님들입니다.
    최종책임자는 국장님 실장님 장관님 등 고위공무원이 되죠.  
    위 사례과 같이 큰 사안의 최종책임자는 보통 장차관님이 되시겠죠.
   
     그리고 보통 부처마다 차이가 있지만 경제부처의 경우는 고시사무관이 많아서
     서기관 승진이 10~12년, 과장 승진이 13~15년 정도로 조금 느린 편이고,
     문광부나 복지부, 고용부 같은 사업부처의 경우는 8~9년 정도에 서기관,
     10~12년차 정도에 과장을 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4. 어떤 일을 하는가?
   제가 사무관으로 들어와서 가장 좋다고 생각한 것 중에 하나는
   일반 회사와는 다르게 공무원은 과를 2년 정도마다  옮길 수 있다는 겁니다.
   일반 기업의 경우 자신이 회계담당으로 들어왔으면 대체로 그 경력만 쭉 거치는데 반해
   공무원의 경우는 이 과에서 법령을 담당하다, 저 과로 가서 사업의 교육, 홍보를 맡았다가
   다시 예산을 맡기도 하고, 아니면 새로운 사업설계를 맡기도 하고,
   감사업무 비스하게도 맡다가 의전담당을 맡을 수도 있고,
   국제업무나 소송업무를 맡을 수도 있고,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사업 설계업무를 맡게 되면 현장에서 뛰어야 하고,
   예산이나 법령을 맡게 되면 기재부나 국회를 왔다갔다 하고,
   기획이나 지원 업무를 맡게되면 여러 기관이나 지자체를 수시로 방문해야 되겠지요.
   말씀드리면 사무관은 과내의 현장책임자이면서 동시에
   서류 결재라인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연봉은 얼마나 되나?
    
   남자 초임 사무관의 경우 중앙공무원연수원 7개월 생활을 하고
   부처에서 5개월 수습기간을 지나 정식 임용을 받게 되면 보통 4호봉이 됩니다.
   이 때 기본급은 대충 세후로 현재로는 210만원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보통 초임때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3번 정도 야근한다고 가정하면  
   야근시간이 한달에 한 30~40시간 정도 됩니다.  그럼 대충 남자의 경우 한달에 보통
   250~260만원 정도를 수령하게 됩니다.
    초임 때는 생각보다 돈이 작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연차가 쌓이는데도 올라가는 속도가
   민간에 비해서 정말 늦다는 것이 단점이죠.ㅠㅠ
   
    다만 퇴임후에 공무원 연금이 있습니다.
    아래 글 중에 기존 제도의 60%수준으로 삭감되었다고 말씀하시는데
    예전과 달라진 점은 예전에는 퇴임전 약 3년치의 연봉을 기준으로 연금을 지급했는데,
    지금은 공무원 근속기간 동안의 전체 월습수준을 평균내어 연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줄어든 것은 분명하지만 고시 출신의 경우 처음부터 5급으로 시작하기 떄문에 오히려
    연금법개정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적다고도 할 수 있죠.
    참고로 개정된 법에 의할때도 공무원 연금은 큰 혜택이죠.
    박봉의 공무원 생활의 보상이라고도 할 수 있고요. 우스갯소리로 공무원은 나이들어도
    연금 때문에 배우자한테 이혼당할 염려는 없다고도 하죠.^^
    왜냐하면 20년 채우면 퇴직 이후에 죽을때까지 꼬박꼬박 그 돈이 나오거든요.
    공무원이 죽으면 그 배우자가 월75% 수준으로 죽을때까지 타먹고요.
6. 정년은 보장될까?
    
   우리 세대의 경우는 어느 부처에 가건 인사적체로 인해 과장이나 국장을 하기가
  예전만큼 쉽지가 않습니다. 소위 베이붐 세대가 공직에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고시출신은 빨리 나가게 되는 위험은 분명히 있습니다만 반대로
   빨리 승진하시는 분들은 능력이 정말 있으신 분들로 대학교수, 산하기관장 등
   오라는 데도 많습니다. 늦게 승진하면 공무원 생활 길게 하는 거고요.
   다들 고시 출신 공무원도 그냥 공무원이라고 생각하시는데 "고시"합격자들입니다.
   흔히들 생각하시는 무사안일, 복지부동하는 이미지랑은 전혀 다릅니다.
   법령을 통해 제도를 만들고, 예산을 따내 정책을 집행하는 사람들입니다.
   과장급 이상이 되면 생각하는 스케일이나 다뤄온 업무 자체가
   결코 대기업 임원분들에 비해 부족하지 않습니다.
    
   해외유학의 경우 경쟁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보상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국내 학위 취득이나 어학교육의 지원 등 적어도 대기업과 비교해서
   자기개발의 기회는 훨씬 많이 제공해 준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박봉에 대한 반대급부로 돈이 아닌 자기개발의 기회가 다양하게 제공되는 거죠.
  다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옛날의 고시합격에 비해 지금의
  고시합격의 위상은 많이 내려온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가장 덜 내려온게 바로 행정고시가 아닌가 합니다.
  
  옛날에는 의사 한 명, 변호사 한 명이 집안식구 모두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시대였습니다.
  그만큼 의사나 변호사로 대변되는 전문직의 가치가 높았습니다.
  자본이 없어도 성공할 수 있는 길이 있었다는 말이죠.
  지금은 공무원뿐만 아니라 어느 직역이던지 옛날에 비해서 좋은 직역은 없다고 보면 됩니다.
  자본이 있냐 없냐가 중요하지 직역 측면에서는
  의사, 변호사라도 예전보다 평균적으로는 훨씬 나빠졌습니다.
  일반 취업의 경우는 직업안정성 측면에서 예전보다 훨씬 낮아졌고요.
  7급 공무원이 가장 인기가 있는 것이 요즘 현실이죠.
  행정고시 역시 앞으로 안정성은 계속 낮아질테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직역에 비해
  나쁘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7급과 비교할 때 5급 공채로서 가장 큰 매력은 어찌보면,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양극화 시대에 ,과거와는 다른 정답이 없는 시대에
  행정부 공무원으로서 많은 고민을 하면서
  그 고민을 조금이나마 정책으로 구체화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일찍 그리고 보다 확실히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조심스레 생각합니다.
7. 후배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
      
  저는 후배님들이 20대에 자기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모든 후배님들이 진정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치는 않습니다.
 우리나라 교육이나 사회현실이 그러니까요. 또 설령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들어왔지만,
 현실은 밖에서 보던 것이랑 다른 경우도 정말 많습니다.
  행정고시가 괜찮다고 말씀드릴수 있는 것은
  자신이 정말 하고싶은 일을 찾아서 그 일을 하는 최선의 선택은 보장하지 못하지만,
  돈만 번다거나 밖에서 생각하던 거와 많이 다르다거나가 아닌
  나쁘지 않은 선택을 보장한다는 겁니다. 
  저에게 행정고시가 준비기간의 고통을 감내할 정도로 좋은가 물으신다면,
  충분히 괜찮다라는 답변을 하고 싶습니다.
  문제는 준비를 한다고 해서 모두가 합격하는 것은 아니죠.^^;
  그러나 서두에서 말씀드렸듯이 후회없이 준비하셨다면
  매몰비용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합격률측면에서는 요즘엔 행정직의 경우 약 250명 내외를 뽑는다고 하면
  서울대가 약 100명, 연고대가 합해서 한  90~100명정도 합격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학교의 경우 15명 내외 수준입니다.
  연고대랑 합격자 수가 3배 정도 차이가 나죠. 그렇지만 응시율은 우리학교가 훨씬 낮아서
  합격율은 연고대와 별반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후배님들이 20대에 열정을 태울 무언가를 아직 모르시겠다면 
  두려움 없이 한 번 도전해 보십시오.   
  저에게는 경제학 행정법 행정학 정치학 등의 공부가 단순히 고시공부가 아니라
  사회과학 전반의 학문을 공부함으로써 사회구조와 현상을 바라볼 수 있는
  보다 넓은 시야와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도 생각됩니다. 
  그리고 생애 처음으로 나 스스로 구체적 목표를 정해서
  그것을 얻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 또 그걸 통해 성숙해진 시간이기도 했었고요.
  합격하지 못하더라도 열심히 노력하셨다면, 결코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뻘소리가 길었네요. 어느 분야에서건 우리 후배님들의 건승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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